
“원장님들은 수업이 끝난 밤에 계약서를 정리합니다. 그 시간을 없애 주는 게 이 앱의 시작이었습니다.”
길민선 에이아이씨씨 대표는 필라테스·바레 스튜디오 원장들의 ‘두 번째 근무시간’에서 AICC를 떠올렸다. 수업과 상담을 혼자 감당하는 원장들이 밤마다 회원 명부와 결제 내역, 강사 정산서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2026년 4월 회사를 세운 그는 8월 더캡슐바디와 실증 업무협약을 맺고, 4분기부터 캡슐바레 5개 매장에서 실운영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길 대표와의 일문일답.
Q1. 서비스를 만들게 된 배경은.
필라테스·요가·바레 스튜디오 원장님들은 대부분 수업을 직접 합니다. 하루에 수업을 여섯 개, 많게는 열 개까지 하면서 상담과 결제, 출석 관리, 환불, 강사 정산까지 떠안습니다. 정작 매출을 만드는 재등록 상담은 뒷전이 되기 쉽습니다. 원장님들이 쓰는 시간을 보면 수업 다음으로 장부 정리가 많았습니다. 그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매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Q2. 문서를 읽는 기술은 어디서 출발했나.
AICC의 업무 처리 엔진은 관계사가 대학 전자결재 시스템에 납품해 운영 중인 기술을 바탕으로 합니다. 결재 문서와 증빙 서류를 읽고 처리 흐름에 맞춰 정리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엔진입니다. 계약서와 영수증을 읽어 회원 정보와 지출로 바꾸는 일은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종이 서류를 데이터로 바꾸는 문제를 처음부터 풀어 본 팀이었다는 점이 출발점이었습니다.
Q3. 소규모 매장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회원 100명이 넘어도 행정을 전담하는 직원을 두기 어렵습니다. 원장이 수업을 비우면 매출이 바로 끊기기 때문에, 행정은 자연히 수업이 끝난 뒤로 밀립니다. 밀린 일은 다시 쌓이고, 쌓인 일은 손이 닿지 않습니다. 결국 장부가 아니라 기억에 의존하게 됩니다. 누가 몇 회 남았는지, 누가 두 달째 안 나오는지를 머릿속으로 관리하는 매장이 적지 않습니다.
Q4. 기존 필라테스 회원관리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 프로그램은 좋은 기능을 많이 담고 있지만, 출발점이 ‘입력’입니다. 원장이 회원 정보를 넣고 결제를 기록하고 출석을 체크해야 그 위에서 기능이 돌아갑니다. 수업이 끝난 밤에 그 일을 반복할 원장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입해도 몇 주 지나면 열지 않게 됩니다. AICC는 반대로 갑니다. 원장이 이미 하는 행동, 계약서를 받고 영수증을 받는 행동에서 데이터가 자동으로 만들어지게 했습니다.
Q5. ‘입력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매장관리’가 실제로 가능한가.
완전히 손을 떼는 게 아니라, 입력의 종류를 바꾸는 겁니다. 지금 원장이 하는 입력은 숫자를 옮겨 적는 일입니다. AICC에서는 그 일을 AI가 하고, 원장은 확인하고 결정합니다. 보낼 안내문을 고르고, 정산 금액을 승인하고, 환불 계산 결과를 확인하는 식입니다. 판단은 사람이 하고, 옮겨 적는 일은 앱이 맡는 구조입니다.
Q6. 계약서 인식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가.
정확도는 서류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쇄된 표준 양식은 안정적으로 읽지만, 손글씨로 고친 부분이나 할인 메모가 섞이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실증이 중요합니다. 캡슐바레 매장에서 실제로 쓰인 계약서를 투입해 어떤 양식에서 얼마나 틀리는지를 모으고, 그 데이터로 모델을 다듬습니다. 숫자를 먼저 말하기보다 실제 서류로 검증하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Q7. 캡슐바레와의 실증은 어떻게 진행되나.
청담·금호·번동·마포·신정 5개 매장이 참여합니다. 실제 회원 계약서와 정산 데이터를 가지고 회원 등록과 정산 흐름을 검증하고, 4분기부터 실운영에 들어갑니다. 협약은 본사 단위로 맺었습니다. 새로 문을 여는 매장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 매장의 성공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의 표준으로 검증받는 셈입니다. 다점포 본사 입장에서도 매장마다 계약과 정산을 대조하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Q8. 왜 하필 바레·필라테스인가.
회원권 구조가 명확합니다. 횟수제와 기간제가 섞여 있고, 잔여 횟수와 유효기간이 매출과 직결됩니다. 예약과 노쇼, 강사별 수업 배분도 규칙적입니다. 구조가 명확하다는 건 자동화할 여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장이 직접 수업하는 1인 매장이 많습니다. 행정 부담이 가장 크고, 앱이 줄여 줄 수 있는 시간도 가장 많은 시장입니다.
Q9. 베타 매장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들은 요구는.
‘입력이 얼마나 줄어드나’를 먼저 물으십니다. 기능 목록보다 하루에 몇 분이 줄어드는지가 궁금한 겁니다. 그래서 화면을 만들 때도 기능을 늘리는 대신 단계를 줄이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계약서를 찍으면 등록이 끝나고, 앱을 열면 오늘 할 일이 먼저 보이게 하는 식입니다. 원장이 앱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게 좋은 앱이라고 생각합니다.
Q10. 요금제와 수익 모델은 어떻게 가져가나.
베타 참여 매장에는 일정 기간 무상 이용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식 요금제는 2027년 1분기 서비스 출시 시점에 매장 규모와 필요한 기능을 기준으로 공개할 계획입니다. 1인 매장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구조를 우선하되, 다점포 브랜드가 본사 단위로 쓰는 경우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습니다.
Q11. 2027년 이후 확장 계획은.
2027년 1분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운동 스튜디오에서 검증한 모델을 뷰티샵과 네일샵으로 넓힙니다. 회원권으로 이용하고 예약과 담당자별 정산이 반복되는 구조는 업종이 달라도 비슷합니다. 뷰티샵 고객관리, 네일샵 고객관리에서 되풀이되는 업무를 템플릿으로 만들어 같은 앱에서 쓰게 할 생각입니다. 업종이 늘어날수록 템플릿이 자산이 되는 구조입니다.
Q12. 창업자로서 최종 목표는.
원장님이 수업에만 집중하는 매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수업이 끝나면 장부가 아니라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매장, 직원이 늘어도 정산 때문에 야근하지 않는 매장입니다. 그게 확인되면 필라테스나 바레에만 머물 이유가 없습니다. 회원권으로 운영되는 작은 매장이라면 어디서든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원장님들이 많다는 걸 압니다. 혼자 다 하다 보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그럴 때 거창한 시스템보다 매일 아침 ‘오늘 이 세 가지부터 하세요’라고 알려 주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캡슐바레 현장에서 그게 통하는지 먼저 증명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