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치료일기] “4기라면서 일도 하느냐고요?”…7년을 넘어 다시 일상을 달리는 버스기사

혈변으로 시작된 진단, 체중 35kg 안팎까지 떨어졌던 힘겨운 치료

병원 가까이 이사하며 버틴 시간…환우들의 안부 전화가 힘이 되다

유전자검사 후 키트루다 치료, 그리고 6개월마다 이어가는 추적검사

부산에서 다온님과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게 잠깐인 것 같았는데, 어느새 새벽이었다. 다들 아침 인사를 나눌 시간이 됐지만, 나는 잠드는 대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무

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

“저분은 4기라면서 일도 해요?”

“6개월마다 추적검사를 받는다고요?”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지난 시간을 조금 꺼내보려고 한다. 중간중간 이야기가 빠지더라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처음 신호를 알아차린 것은 내가 아니었다.

 

인천에서 광역버스를 운전하던 시절이었다. 회사 화장실에 다녀온 뒤 환경미화 여사님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기사님, 혈변 보시나 봐요. 병원 빨리 가보세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변기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고 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건네주신 말씀이었다.

감사하다고 답했지만,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설마 별일 있겠어.’

 

그런데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이후로는 화장실에 가는 일도 조금씩 힘들어졌다.

 

그렇게 약 1년이 지난 뒤, 일을 나갔다가 심한 배변 문제로 크게 고생했다. 당시에는 변비가 심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러다 여사님의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동네 대장항문외과를 찾았다. 검사를 마친 의사 선생님의 반응은 심각했다.

“왜 이제 오셨어요? 대장암이 의심됩니다. 의뢰서를 써드릴 테니 큰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머릿속이 멍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누구와 상의하지?’

 

‘일은 어떻게 하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이후 인천의 한림병원을 찾아 CT와 MRI 등 검사를 받았다.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병이 많이 진행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상 속 여러 부위를 짚으며 설명해주셨지만, 내게 남은 것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두려움이었다. 큰 병원에서 치료받으라는 권유도 받았다.

 

그 무렵에는 열이 나고 수혈과 수액 치료를 받으며 한 달 가까이 병원에서 지냈다.

퇴원 후에는 비교적 빨리 진료받을 수 있었던 일산의 암센터를 찾았다.

 

첫 진료에서 들은 설명은 내게 무척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마음이 무너졌지만,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예약했다.

 

그렇게 치료가 시작됐다.

젤로다와 5-FU 등 항암치료를 받으며 인천에서 일산까지 병원을 오갔다.

 

당시 살던 인천 구월동에서 암센터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편도 두세 시간이 걸렸다. 늘 사람이 많았던 버스 안에서 긴 이동을 견디는 일도 쉽지 않았다.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병원에 가는 날을 제외하면 침대와 한몸처럼 지냈다. 잘 먹지 못했고, 체중은 35kg 안팎까지 떨어졌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영양식에 의지하며 버텼다.

 

상태가 나빠져 구급차에 실려 가는 일도 반복됐다.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가 이어지지 않아 치료받던 암센터까지 다시 이동해야 했던 경험도 있었다.

 

긴 이동을 반복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구급차 안에서 더 큰일이 나겠다.’

 

결국 짐을 싸기로 했다.

병원 가까운 일산으로 이사했다.

 

이사한다고 아픈 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구급차를 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병원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치료는 병원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아픈 몸을 일으키는 것, 먹을 것을 챙기는 것, 병원까지 가는 것. 그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했다.

 

그 무렵 샤샤 형님과 또 한 분의 형님을 만났다.

내 이야기를 듣고 치료에 관해 더 물어보라고 등을 떠밀어주던 분들이었다. 혼자 힘들어하는 동생이 걱정됐는지 매일같이 전화를 주셨다.

 

“살아 있냐?”

웃으며 건네는 안부였지만, 내게는 큰 힘이었다.

 

어떻게든 뭘 먹이려고 애쓰셨다. 당시에는 거의 먹지 못하던 때라 그 마음이 더 고마웠다.

치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혼자라는 느낌이 조금은 덜했다.

 

하지만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거치는 동안에도 기대했던 반응을 얻기 어려웠다. 통증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치의가 유전자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항암치료를 쉬기로 했다.

 

나는 불안했다.

“그동안 치료를 안 해도 되나요?”

 

주치의는 당시 약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나도 그 말을 받아들이고 결과를 기다렸다.

두 달이 조금 안 돼 결과가 나왔다.

 

진료실에서 키트루다라는 약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안내받은 비용은 약 600만 원이었다. 비급여라는 설명을 듣고 놀랐다.

 

“그걸 맞으면 좋아질까요?”

“효과가 없으면 돈만 쓰는 것 아닌가요?”

 

기대만큼 걱정도 컸다. 그래도 주치의와 상의한 끝에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 뒤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밥도 제대로 못 먹던 내가 백숙 한 그릇을 먹었다.

함께 있던 친구가 놀라 말했다.

 

“너 그렇게 먹는 건 처음 본다.”

나도 신기했다. 그렇게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배가 고파서 먹게 됐다.

 

그날의 한 끼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후 키트루다 치료를 2년 반 넘게 이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6개월 추적검사를 받았다.

최근 검사에서는 수년 전과 비교해 변화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는 병변에 관한 의료진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내가 정말 그때 그 사람이 맞나.’

4기라는 진단을 받고, 너무 늦었다는 말을 들으며 두려워하던 나였다. 먹지도 못하고 구급차에 실려 다니던 나였다.

 

그런 내가 지금은 일하고, 검사를 받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만감이 교차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진단 후 7년이 넘어 8년을 향해 가고 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분들을 만난 것도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쉽게 지나간 것은 아니다.

특히 힘들었던 몇 년 동안 혼자 구급차를 타고 다니며 버텼다. 통증이 너무 심해 주치의에게 매달리기도 했고, 장루라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던 때도 있었다.

 

다시 떠올리려니 헛웃음이 나온다.

‘참, 그런 시간을 지나왔구나.’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항암치료와 부작용을 견디는 분들이 계신다. 그분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조심스럽다.

그래도 궁금해하시는 분들께는 말하고 싶었다.

 

일하는 지금의 모습 앞에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고.

6개월마다 검사를 받는 일상에 이르기까지 나 역시 많이 힘들었다고.

 

그리고 그 사이, 나를 걱정해주고 안부를 물어준 사람들이 있었다고.

오늘은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지난 이야기를 적는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새벽이겠지만, 내게는 이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도 고마운 일이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 이 글은 대장암 환우 카페 ‘암행권’ 회원 일산버스기사님이 2026년 9월 13일 게시한 「나도??? 응 너도 ^^」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치료 경과와 비용은 글쓴이가 경험한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합니다. 원문에는 구체적인 유전자검사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으며, 영상에서 병변이 장기간 안정적이라는 사실만으로 완치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작성 2026.10.22 10:33 수정 2026.10.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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