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격렬한 사회적 혼란 가운데 하나를 겪고 있다.
생활비 상승과 교육 환경 악화, 공공서비스 부족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최소 2,400명이 체포되고 상점 약탈과 차량 방화, 공공건물 공격이 잇따랐다.
파리뿐 아니라 마르세유와 리옹, 리모주 등 여러 도시에서 충돌이 발생했으며, 프랑스 정부는 추가 시위에 대비해 경찰력을 대폭 증강하고 군 병력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프랑스 전국 약 55만 명 거리로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프랑스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7일 프랑스 전국에서 노동조합과 학생단체, 시민단체 등의 참여 속에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프랑스 당국은 전국 시위 참가자를 약 55만 명으로 추산했다. 주최 측은 약 80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해 양측 집계에는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평화적으로 행진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복면을 쓴 사람들이 경찰과 충돌하고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지르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파리 상점 유리창 산산조각…약탈·방화 잇따라
가장 큰 혼란이 발생한 곳 가운데 하나는 수도 파리였다.
레퓌블리크 광장을 비롯한 주요 시위 지역에서는 상점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 매장이 약탈당했다. 차량과 자전거, 쓰레기통 등에 불이 붙으면서 도심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파리 수도권에서만 855명이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557명이 당시 경찰에 구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 다음 날에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수백 명이 다시 모였으며 경찰은 일부 충돌 과정에서 최루가스를 사용했다.
마르세유·리옹까지 확산…시청·관광안내소 공격
폭력 사태는 수도 파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시청 건물 로비에 진입했고, 복면을 쓴 사람들이 경찰 시설을 훼손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리옹에서는 관광안내소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프랑스 중부 리모주에서는 19세기에 건설된 역사적인 시청사가 화염에 휩싸였다.
당국에 따르면 시위 과정에서 일부 인원이 건물 내부로 침입한 뒤 불을 질렀으며, 화재로 시청 지붕이 무너지고 건물 상당 부분이 심각하게 파손됐다.
최소 2,400명 체포…구금 인원은 더 늘어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프랑스 전역에서 최소 2,400명이 체포됐다.
이후 로이터가 전한 프랑스 당국의 집계에서는 약 2,500명이 조사를 받기 위해 구금된 상태이며 149명이 재판을 앞두고 구금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 당시 하루 동안 약 2,000명이 체포됐던 규모와 비교될 정도다.
이번 시위가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회적 충돌 가운데 얼마나 큰 규모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크롱 "폭력과 약탈 책임 묻겠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 사태 이후 긴급 회의를 열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과 약탈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공공건물과 상점을 공격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시민의 평화적인 시위 권리는 보장돼야 하지만 폭력과 방화, 약탈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방 행정 책임자들에게 시장들과 협력해 공공건물과 상업시설 보호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정부, 결국 군 병력까지 투입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으면서 프랑스 정부는 추가 시위에 대비한 대규모 치안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오는 주말 예정된 추가 집회에 대비해 경찰력을 강화하고 군 병력을 투입해 경찰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주말 이미 약 6만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했지만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약탈과 방화를 완전히 막지 못했다.
정부는 당시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하며 다음 집회에서는 훨씬 강력한 치안 체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파리와 보르도, 릴, 리옹, 니스, 마르세유 일부 지역에는 야간 소요를 막기 위한 부분적인 통행금지 조치도 시행됐다.
시위의 핵심은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이번 사태를 단순한 폭동으로만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대규모 시위의 중심에는 생활비 상승과 연료비 부담, 학교와 교육환경 문제, 공공서비스 악화 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참가자 가운데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폭력과 약탈은 일부 과격 시위대와 범죄 가담자들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프랑스 당국과 주요 외신 보도를 통해 확인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평화적인 시위 참가자 전체를 폭력 사태의 가담자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노란 조끼' 악몽 다시 떠오르나
프랑스 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2018년 시작된 '노란 조끼(Gilets Jaunes)' 운동과 비교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당시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시위는 생활비와 불평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됐으며 장기간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번 집회에도 노란 조끼 운동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일부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현재 시위가 당시와 같은 장기적인 전국 운동으로 확대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경제에도 충격…관광·소매업 불안
시위가 장기화될 경우 프랑스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예상된다.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은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상업 도시다.
도심 상점 약탈과 방화, 교통 통제, 통행금지 등이 반복될 경우 관광객 감소와 소매업 매출 하락, 기업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이번 소요 사태가 이미 재정 위기와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취약해진 프랑스의 기업 신뢰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으로 번지는 '생활비 위기' 불만
이번 프랑스 사태는 유럽 각국이 직면한 사회·경제적 불안과도 연결된다.
높은 식료품과 연료 가격, 주거비 부담, 교육과 공공서비스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이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여러 국가에서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다른 유럽 국가의 반정부·생활비 시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향후 상황이 주목된다.
확인된 사실
프랑스에서는 17일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당국 추산 약 55만 명이 참가했다.
일부 지역에서 폭력과 약탈·방화가 발생했으며 최소 2,400명이 체포됐다.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리모주 등에서 상점과 공공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프랑스 정부는 추가 시위에 대비해 치안 병력과 군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
온라인에서는 이번 폭력 사태의 배후나 특정 집단의 조직적 개입을 주장하는 내용도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 당국이 공개한 정보만으로 특정 민족·종교·이민자 집단이 이번 폭력 사태를 주도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AP 역시 프랑스 당국과 경찰이 이민자들을 폭동과 연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향후 전망
프랑스 정부가 추가 시위를 앞두고 경찰과 군 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며칠이 사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경우 상황이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방화와 약탈, 경찰과의 충돌이 다시 발생한다면 이번 사태가 장기적인 정치·사회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생활비와 교육, 공공서비스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프랑스 정부가 치안 강화와 함께 시민들의 경제적 불만에 어떤 정책적 해법을 내놓을지가 향후 사태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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