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David Bowie

Heroes

오늘을 위한 「Heroes」


1977년 7월의 베를린은 여전히 차가웠다. 한사 스튜디오 창가에 선 한 남자의 눈에, 잿빛 하늘 아래 콘크리트 장벽이 서 있었다. 망루 위 총구가 빛나고, 경계견의 낮은 울음이 바람에 실려왔다. 그 모든 억압 속에서,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다가와 입을 맞췄다. 한 번, 또 한 번. 마치 세상이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 듯.

 

<이미지: 파이튼>

그 연인은 이름이 있었다. 토니 비스콘티와 안토니아 마스. 토니는 이미 결혼한 몸이었고, 안토니아는 독일의 가수였다. 그들의 만남은 금기였다. 총알이 날아올 수도 있는 장소에서, 감시자의 시선이 찌르는 곳에서, 그들은 사랑을 선택했다. 남자는 그 장면을 보며 가슴이 저렸다. 그는 오랫동안 그 사실을 숨겼다. 토니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그 사랑의 순수함을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해. 처음엔 “이름 모를 연인들”이라고 말했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야 털어놓았다. “그건 토니와 안토니아였다. 그들의 사랑이 나를 움직였다.”

 

보위는 마이크 앞에 섰다. 가사는 즉흥적으로 흘러나왔다. “I can remember standing by the wall… And the guns shot above our heads… ” 머리 위로 총알이 스치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도," 그들은 키스했다. 그 키스는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그것은 저항이었다. 분단된 세상에 대한, 이념의 칼날에 대한, 두려움 자체에 대한 조용한 외침이었다. “We can be heroes, just for one day.” 단 하루라도 영웅이 될 수 있다고, 그 하루가 영원보다 더 빛날 수 있다고.

 

그 노래는 바람이 되어 장벽을 넘었다. 동베를린 사람들의 귓가에 스며들었고, 가슴에 작은 불씨를 지폈다. 1987년, 보위가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장벽 앞에서 「Heroes」를 불렀다. 동쪽 사람들 수천 명이 장벽 너머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쥐며. 보위는 무대 위에서 울었다. “그건 내가 한 공연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불과 2년 뒤, 1989년 11월, 그 장벽은 무너졌다. 사람들이 망치로, 손으로, 눈물로 콘크리트를 부쉈다. 노래 ‘Heroes’는 이미 그보다 앞서 무너뜨리고 있었다.

 

2026년의 서울에서도 우리는 장벽을 마주한다. 화면 속 증오의 벽, 지갑 속 빈 공간이 쌓아 올린 벽, 밤마다 찾아오는 불안의 벽. 콘크리트만큼 단단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더 날카롭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영웅은 없다. 너무 늦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Heroes가 다시 들려온다.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We can be heroes… just for one day.”

 

오늘의 영웅은 거리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차가운 댓글 속에서 “괜찮아, 네가 틀린 게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사람이다. 월세를 내느라 밥을 거르지만, 아이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라며 웃어주는 부모다. 해고 통보를 받고도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힘내자”라고 말하는 이다.

 

그들은 총구 앞에 서 있지 않지만, 그들만의 장벽 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문을 두드린다. 그 작은 선택 하나가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고,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준다.

과거의 영웅은 장벽 아래서 키스했다. 총알이 날아오는 가운데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의 영웅은 그 키스를 이어간다. 말 한마디, 손길 하나, 미소 한 번으로. 둘 다 세상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단 하루’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 벽 앞에 고개 숙이고 서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내디뎌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에게 다가가, 아무 말 없이 어깨를 감싸 안아보는 건. 장벽은 여전히 높지만, 그 너머를 향한 한 걸음이 이미 균열을 만들고 있다. 그 균열 속으로 빛이 스며들고, 그 빛이 또 다른 손을 부르고, 그 손들이 모여 장벽을 무너뜨릴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영웅이 될 수 있다. 단 하루라도.”

 

그 하루가 지나도, 누군가는 그 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 조용히, 또 다른 하루를 깨우고 또 다른 영웅을 부를 것이다. 영원히.

 

단 하루의 키스가, 영원한 자유의 시작이 되듯이.

당신의 오늘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이미 그 시작일지도 모른다.

 

플라톤이 말했듯, “우리는 사랑을 통해 신이 된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단 하루라도 영웅이 된다.

그리고 그 하루가, 어쩌면 영원일지도 모른다.



작성 2026.08.09 07:31 수정 2026.08.0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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